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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의 중요성..
  • 작성자정승일
  • 작성일시2007/07/16
  • 조회수676
골프볼이 어차피 잃어버릴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식을 전환해 볼 필요가 있다. 평생을 치고도 아쉬움이 남는 게임인 골프, 완벽한 스윙을 위한 골퍼의 노력과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장비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의 한가운데에는 역설적으로 4.2cm의 보잘것없는 작은 골프볼이 있다. 볼을 더 멀리 날리고 목표물에 더 정확히 보내는 것, 이 작은 볼을 108mm 오묘한 사이즈의 홀에 더 빨리 집어넣는 것이 골프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초라한 외향과는 달리 골프볼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골프볼을 만들던 기술자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 슬픈 역사와, 작은 껍질 속에 숨어 있는 갖가지 과학원리들. 없으면 안 되지만 소중함을 잊게 되는 산소와 같이 골프볼은 밋밋한 외향으로 눈속임을 하고 시치미를 뚝 떼며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골퍼에게 장비는 최고의 관심사다. 스윙으로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경지에 이르면 그때부터 ‘언제 싱글이 될 것인가?’의 여부는 ‘어떤 무기로 싸움터에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한 라운드에 볼 한 더즌을 잃어버리는 골퍼 A씨는 자칭 ‘독학 골프 전문가’인 친구 B씨에게 물었다. “이번엔 어떤 볼을 사볼까?” B씨의 대답은 참 짧다. “볼이 볼이지, 싼 게 최고라구.”

볼 구입 고객의 70%가 로스트볼 찾는다

몇 달 전 ‘골프장에서 4억5000만원 훔쳐간 형제’라는 흥미로운 기사가 신문에 게재되었다. 골프장에서 무엇을 훔쳤기에 4억5000만원이나 되는 걸까? 기사를 읽다 보면 이런 의문도 든다. ‘그것도 범죄야? 무죄 아닌가?’ 4억5000만원어치나 훔쳐갔지만 무죄라고 생각되는 범죄, 그것은 바로 로스트볼을 주워 간 사건이었다.

한씨 형제는 골프장 인근과 워터해저드 속에 볼이 많고 볼의 가격이 꽤 비싸다는 것에 착안, 전국의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151만여 개의 로스트볼을 주웠다. 독성물질이 가득한 워터해저드에 그들이 수없이 잠수한 까닭은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이니 그들의 범죄는 골퍼의 책임일수도 있다.

강남의 한 골프숍 직원은 ‘고객의 골프볼을 고르는 기준’에 대한 질문에 한마디로 딱 잘라 대답했다. “당연히 가격이죠. 비싼 건 잘 안 써요. 손님 중에 70%가 뭘 사 가는지 아세요? 로스트볼이에요. 10개에 5000원하는.”

브랜드 제품의 볼을 선택하는 골퍼는 극히 일부분이고, 브랜드 볼을 소비하는 쪽은 은행이나 증권회사 같이 로고 볼을 배포하기 위한 기업체다. 그만큼 골프볼은 골퍼들에게 한 라운드에서도 몇 개씩 잃어버리는 하찮은 소모품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로스트볼, 정말 성능이 똑같을까?

가끔 로스트볼을 모아 놓고 저렴하게 판매할 때, 가장 꼴불견인 사람은 몇 시간씩 쪼그리고 앉아 이름 있는 브랜드 볼을 찾는 골퍼다. 로스트볼이지만 이왕이면 브랜드 볼을 쓰겠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과연 로스트볼과 새 볼의 성능 차이가 없는 걸까?

볼빅의 연구개발팀 홍유석 박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골프볼 커버를 제일 약화시키는 요인이 물과 햇볕입니다. 로스트볼은 두 가지 요인에 모두 노출된 상태죠. 이때 가수분해와 광분해가 일어나 반발탄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고유의 성질을 잃게 됩니다. 코팅에 상처가 난 볼은 그 분해 속도가 더욱 빨라지죠.”

고유의 성질을 잃고 반발탄성이 떨어지면 그만큼 비거리가 줄어든다. 딤플의 한쪽에 흠집이 있는 경우에는 볼이 대기를 날아가는 동안 공기역학상 방향이 틀어질 수 있다.

곧 슬라이스가 나거나 방향이 틀어지면서 비거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스윙이 올바르더라도 나쁜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스윙이 안정된 경우에는 흔히 장비교체로 눈을 돌린다. 한 타수라도 줄이려는 노력인데, 이쯤 되면 샤프트 하나에 100만원을 들여 바꾸고 수백만원짜리 아이언 세트로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어떤 볼을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서너 타가 줄어든다면, 고작 몇만원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골프볼을 바꾸는 편이 경제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