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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의 아홉단계..
  • 작성자정승일
  • 작성일시2007/04/20
  • 조회수827
퍼팅에도 그런 경지의 계단이 존재한다.

18계단씩이나 있을까라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18단계도 그리 세분화된 건 아니다.

퍼팅에는 무릇 18계단이 있으니
다음이 그 중 첫 9계단으로 아마추어 퍼팅의 9단계이다.

1. 不(부)펏
퍼팅을 알기 전이어서 퍼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
모든 골퍼들이 이 단계를 거친다. 새로 시작한 비기너들이다.

작대기로 공을 구멍에 넣는 것이므로 골프에서 가장 쉬운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심각한 착각이었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개인별로 차이가 심하다.
눈치 빠른 사람은 한 달만에 알아차린다.
늦은 사람은 1년이 넘어도 퍼팅의 심오함을 이해 못한다.

당구칠 때 쓰리쿠션에서 만나듯(당구 치시는 분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골프도 결국은 퍼팅에서 만나게 되어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칠 때
그린에서 티박스로 거꾸로 간다.
즉, 드라이버로 공을 치는 것보다 퍼터로 퍼팅하는 걸 먼저 가르친다.


2. 畏(외)펏
퍼팅에 대하여 입소문을 듣고 처음 접하는 과정.
눈치 빠른 사람이 不펏에서 벗어나면 거치는 단계이다.

걍 쇠막대기로 쳐서 구멍에 넣는 건 줄 알았는데
거기에도 심오한 기술과 철학, 검법과 내공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놀랜다.
강호에 모습을 드러낸 후 퍼팅을 우습게 안 본인이 부끄러운 줄 깨닫는다.

하지만 퍼팅의 깊은 경지를 다 알지는 못한다.
그저 강호의 고수들이 그린위에서 보이는 칼놀림에 경외의 눈을 껌벅일 뿐...

브레이크의 성질을 파악하라.
공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연구하라.
브레이크를 타는 공의 흐름에 빨리 익숙해지지 않으면 그린은 오래도록 낯선 곳이다.


3. 憫(민)펏
퍼팅을 열심히 연습하는 단계.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그린에서 자신있는 퍼팅을 연출하지 못한다.
퍼팅을 민망하게 여긴다. 자꾸 쓰리펏하니까...

이 단계는 바로 畏(외)펏에서 빠져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퍼팅을 한다고 하나 아직 강호에서 자신의 퍼팅검법이 갖춰지지 않은 단계라 자신이 퍼팅을 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민망해 하는 단계이다.

인터넷이나 책자를 뒤지기 시작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고수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퍼팅이란 정형이 없다는 대답만 할 뿐이어서 답답하다.

브레이크를 인지하기 시작한다.
브레이크는 위로 미스하라 아래로 미스하는 것은 하급퍼팅이다...라는 글을 읽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먼 말이여?

지나가게 쳐라 모자라면 100% 들어가지 못한다.
지나가도 안들어 간건 100% 미스한 퍼팅이다.
홀을 2피트 지나가게 쳐라...

헷갈리는 글을 읽고 정리가 안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브레이크와 싸우지 말고 타협하라.
브레이크와 대결하려면 내공이 더 깊어져야 한다.


4. 隱(은)펏
퍼팅에 대해 심각하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오기가 발동함.퍼팅을 할 줄 알고 그 중요성에도 공감을 하는 단계.

연습장 한 귀퉁이 혹은 응접실 카펫위에서 몰래 기술을 연마한다.
거리와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채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리를 그저 손목놀림으로 맞추려 하거나 조금 발전하면 백스윙의 크기로 맞추려고 할 뿐이다.

아직 퍼터에 스윗스팟이 있다는 걸 모른다.
손목의 힘을 조절하여 거리를 맞추려고 시도한다.
대개 퍼팅하고 고개를 급격히 든다.
이눔이 어디로 가는지 보고 싶기 때문에...

치고나서 고개를 드는데 왜 고개들지 말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공을 친 다음에야 고개 아니라 무당춤을 춘들 무슨 상관이랴 싶다.
고개 들면서도 퍼팅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마 라는 허황된 생각을 할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몸을 미동도 하지 않고 공을 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퍼팅의 정확도는 움직임의 크기에 반비례한다.


5. 商(상)펏
퍼팅이 돈이 되는 것이라는 걸 느끼는 단계.
긴 칼(드라이버) 아무리 잘 써봐야 단검(퍼터)에 찔리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깨닫는 시기.

긴 칼들고 무공깨나 보여주면 뭐하나...퍼팅 못하면 말짱 황이다.
퍼팅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은 단계이기도 하다.
돈문제가 개입되면서 배추잎의 존망이 달린 검법이니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세상에 돈 잃고 기분 좋은 넘은 없다. 좋은 척 할 뿐이지... 맞지?

하루 왼종일 퍼팅에 대해 생각하지만 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다.
어쩌란 말인가? 퍼팅 잘 하는 넘들 보면 다들 천재같아 보인다.
갑자기 외로워 지는 시기. 필드만 가면 지갑도 얇아져 더 춥다.
비급은 없는가?

퍼팅은 쉬운 샷이 아니다.
자신감을 잃지 말라.
여기서 자신감마저 잃어버리면
퍼팅은 평생을 속 썩이는 문제가 된다.

퍼팅은 들어가지 않으면 안들어가는 것이다.
어차피 50%의 확률아닌가?
나머지 50%는 자신감이다.


6. 色(색)펏
온갖 방법 다 써도 안되는 퍼팅 어쩔 수 없다. 거의 포기단계.
그러다가 어떨 땐 신들린 듯 들어가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게 퍼팅이다.

퍼팅에 대해 뭔가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든다.
그러던 어느날 퍼팅수 40개를 넘기고 세상을 비관한다.
이리저리 만나는 사람마다 퍼팅에 대해 물어본다.
이때쯤 퍼팅을 섹스에 비유한 글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서 길 잘못 들면 그린에만 올라가면 야한 노가리를 까야 되는 걸로 오해하고
그래야 멋진 골퍼인 줄 아는 주접골퍼가 되는 수가 있다.

그린에서 퍼팅하면서 주접 떨면 캐디가 뭐라 그러는 줄 아는가?
"놀구 있네... 생긴 건 오이지같은 게... 꼴에 수컷이라구..."

그린에서 캐디에게 절대로 성희롱하지 말라.
퍼팅 잘될 때 방자해진 마음으로 캐디에게 상처주지 말고 안될 때 의기소침하여 자신감을 잃지도 말며 특히 캐디에게 책임 전가하지 말라.

잘되다 안되다 기복이 심한 단계이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자포자기하면 안된다.
퍼팅은 섹스와 다른 것이다.
그린 위의 홀컵은 협조할 줄 모른다.

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평생 퍼팅지진아란 소리 듣는다.
라운드할 때 퍼팅수를 세라.
36개 이상이면 황색경보
40개 이상이면 적색경보 발령해야 한다.

그린에 올라가기 두려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생각하라...
성경에 나오는 말씀이지만... 걍 종교에 상관없이 주문처럼 외워보라.

내가 90개 이쪽저쪽 칠 때 지독하게 퍼팅이 안됐는데
그린에 오르면서 소가 도살장에 들어가는 심정을 이해할 때였다.
그린에 오르면 항상 중얼거렸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7. 睡(수)펏
퍼팅이야말로 잠자듯 평온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시기.
퍼팅의 스트록도 천천히 끝까지 질러줘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스윗스팟의 존재를 알게 된다.
같은 크기의 백스윙이라도 스윗스팟으로 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거리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퍼팅이 단지 거리와 방향의 검술이 아니라는 걸 알고 전율한다.
고요한 퍼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왜 고개를 들지 말라는 것인지 이해하게 된다.

치고나서 고개를 드는 행동이 실은 치기 전의 퍼터의 진로에 미세하지만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걸 깨닫는다.
퍼팅은 바늘 한 땀정도??.

아... 고개가 문제가 아니라 퍼팅시엔 온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된다.

거리를 손목의 힘으로 조절하면 퍼팅 떡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브레이크 읽는 능력에 신경을 쓰는 단계.
아무리 잘 친 펏도 브레이크를 잘 못 읽으면 소용없다는 걸 안다.

그린에 오르면 부지런해야 한다는 걸 터득한다.
고수들이 그린에 오르면 이리저리 왔다리 갔다리 괜히 폼잡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홀컵을 의식하지 마라.
그린에 오르면 오직 브레이크만 믿어라.

퍼팅에서 고수가 되는 과정은 홀컵에의 미련을 버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퍼팅의 기준은 홀컵이 아니라 브레이크라는 걸 잊지 말라.


8. 飯(반)펏
무림강호에서 검법찾아 헤매다 보니 웬만큼 자신이 붙었다.
자신있게 질러주니 쓰리펏도 없어지고 세상 살 맛 난다.
퍼팅 잘 한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으니 밥맛 좋다.

골프가 단순히 죽은 볼을 때려 구멍에 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하는 단계.

브레이크뿐 아니라 다른 조건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단계.
그린의 습도, 잔디의 결, 깍은 방향, 주위의 물이 있는 곳,
바람, 마른 정도등에도 신경쓰기 시작한다.

퍼팅도 한 개의 샷이라는 데 동의한다.
드라이버 샷과 퍼팅의 느낌이 크게 다른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밀어치는 퍼팅이 어떤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쓰리펏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무리하게 한 펏으로 끝내려 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일부러 스위스팟을 미스하는 퍼팅을 알게된다.

브레이크는 신중하게 읽되
일단 읽은 후엔 자신의 눈을 철석같이 믿어라.
자신의 눈에 확신이 없으면 퍼터는 절대 협조하지 않는다.

숏펏의 브레이크와 대결할 때
브레이크에 얹을 것인지 브레이크를 무시할 것인지 확실히 결정하라.
결정했으면 결정대로 쳐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펏은 백발백중 실패한다.



9. 學(학)펏
드디어 퍼팅의 진경을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아마추어의 마지막 단계이기도 하다.

그린 위의 에티켓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안다.
그린을 때린 공을 스스로 집어들고 볼마크를 수리할 줄 알며
그린을 상대로 한 판 결투하는 심정으로 브레이크를 읽는다.

항상 걸어서 거리를 측정하고
홀컵주위의 상황을 살핀다.

쓰리펏 하지 않는다.
아무리 멀고 복잡한 브레이크의 퍼팅도 투펏으로 끝내는 방법을 안다.

누가 옆에서 떠들어도 신경 안쓴다.
안들어간 펏에 크게 낙담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에 초연하다.

동반자의 공이 어떻게 구르는지 유심히 살핀다.
그 눈빛은 완전히 독수리다.
라운딩중에도 별 말 없지만 일단 그린에 오르면 완벽한 벙어리가 된다.

남들이 보기엔 더이상 잘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경지. 하지만 퍼팅엔 끝이 없다.

대부분의 롱펏을 투펏으로 끝낸다고 자만하지 말라.
같은 투펏에도 퀄러티가 존재한다는 걸 잊지말라.
안정된 퍼팅으로 가려면 여기서 한 번 더 도약해야 된다.

미현이가 말하듯.. 숏퍼팅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