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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샷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 작성자정승일
  • 작성일시2006/09/18
  • 조회수661
골프의 스윙은 지문과 같아서 사람마다 다르다.
^ 미국의 프로골퍼 제임스 로버트가 한 말이다. 이 말은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골프의 스윙도 사람마다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설파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사람마다 스윙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도 스윙마다 같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더라도 완벽하게 같은 샷은 재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구력이 늘어갈수록 굳어지고 있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다시 손을 씻을 수 없다. 강물은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흘러간다. 지금 손을 스쳐간 물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자세나 리듬이 변하지 않는 일정한 샷을 최상으로 치는 골프에서도 두 번 이상 같은 샷을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은 연습을 하더라도 비슷하게는 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똑 같은 샷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복잡하지 않고 간명한 샷을 자랑하는 프레드 커플스도 같은 샷은 두 번 다시 날릴 수 없을 것이다. 골프에서 「똑 같은 샷」이란 꿈일 뿐이다.
^골프의 이런 속성 때문에 골퍼들은 습관처럼 『…했더라면』『…만 아니었더라면』하고 곧잘 가정법의 발언을 하곤 한다. 『잡아당기지만 않았으면 OB는 피할 수 있었을 텐데…』『3퍼트만 아니었더라면 신기록을 낼 수 있었는데…』『바람만 안 불었더라면 벙커에 빠지지 않고 버디찬스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골프장에서 가정법은 끝이 없다. 그러나 골프를 즐기려면 가정법을 쓰지 말아야 한다. 가정법이란 잘못된 실수에서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생각할수록 속이 상하고 후회스러울 뿐이다. 골프는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않아야 즐거운 운동이 될 수 있다. 골프의 황제 아놀드 파머도 『한번만 더 칠 수 있다면…』하고 말했지만 가능한 한 『…했더라면, …했을 텐데』는 금물이다.
^파머는 1966년 US오픈 마지막 날 9홀을 남기고 같은 미국의 빌리 캐스퍼에게 무려 7타나 앞서 있었다. 파머의 우승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골프기자들은 다투어 파머 우승을 미리 타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종 라운드가 끝난 뒤 기자들은 미리 보낸 기사를 취소하고 급히 새 기사를 타전하는 소동을 벌여야 했다. 나머지 9홀 내내 파머는 보기를 연발했고 캐스퍼는 연거푸 버디를 잡아내 마침내 타이를 이루더니 파머는 연장전에서 캐스퍼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연장전 홀에서 홀 아웃 하면서 파머는 『만일 볼을 한 번 더 칠 수만 있었다면…』하고 내뱉었다.
^미국의 전설적이 프로골퍼 샘 스니드도 1939년 US오픈서 마지막 홀을 보기인 5타만 쳐도 우승할 수 있었는데 8타를 쳐서 자멸하고 말았다. 그는 그 후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세 번 했을 뿐 우승을 끝내 하지 못했다. 마지막 홀에서 파는 물론 보기만 했어도 우승을 차지하고 더블보기를 해도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었던 스니드로선 『티 샷을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면…』이라는 아쉬움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리라.
^내로라는 명 프로골퍼들도 후회하고 가정법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이런 습관이 배지 않도록 삼가야 한다.
^물은 이미 흘러갔다. 지난 홀의 실수를 후회하지 말고 다가올 홀에서 멋진 샷을 날릴 것을 기대할 일이다. 같은 샷을 두 번 다시 되풀이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날리는 샷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일의 샷이라는 얘기가 아닌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샷, 두 번 다시 되풀이 할 수 없는 샷을 허투루, 대충, 성의 없이 날릴 수 없지 않은가. 이 점이 골프를 묘미를 더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