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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아름다운복수'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11/03/11
  • 조회수16594
박찬욱의 아름다운 복수, 백인환, 연극영화학과 교수, inani@joongbu.ac.kr


백인환교수 사진얼마 전 막을 내린 제57회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국내는 물론 세계 영화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일이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개인적 영광 차원을 넘어 이제 대한민국이 더 이상 영화의 변방이 아님을 전 세계에 알린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변방이 아님을 세계에 알린 쾌거 칸영화제의 성공이 영화계를 뒤흔들고, 박찬욱 감독의 사진이 각종 언론매체의 1면을 장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니러니하게도 수년전에 읽은 어느 영화잡지의 기사가 떠올랐다.

2000년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공동경비구역JSA'를 개봉할 즈음으로 기억한다. 당시 기사를 쓴 기자는 "언젠가 박찬욱 감독과 함께 일했던 한 제작자가, 박찬욱 영화가 흥행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공개적으로 호언장담을 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며 공동경비구역JSA를 호평했다. 그 기자의 예상은 정확했다. 공동경비구역JSA는 국내 흥행기록 경신은 물론, 한국 영화를 대표할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얻었으며,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로 한국 영화의 21세기를 대표할 감독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공동경비구역JSA는 베를린 영화제 본선 진출의 쾌거 속에 해외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한국영화'르네상스'의 든든한 견인차가 되었다. 이렇게 박찬욱 감독의 아름다운 복수는 시작되었다.

두 번째 복수는 단연코 '올드보이'이다. 필자는'공동경비구역JSA'를 보고'참 잘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렵게 콘티북을 구해보고 또 보고 아직도 소장하고 있다. '올드보이'를 보고는'와'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숨이 멎는 충격을 받았다. 이게 도대체 한국영화인가? 어디 하나 어느 한곳을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칸이 무너졌다. 박찬욱 감독은 일반에게 '공동경비구역JSA'로 알려졌지만 예술영화, 작가영화로 출발해 장르영화를 거쳐 B급영화, 컬트영화 등 다양한 영화에 애정을 표현해 왔다. 그는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했다.
이 영화 한편으로 '박찬욱 매니아'들이 생겼으며, 1997년 두 번째 영화 '3인조'에서는 웃음과 슬픔, 현실비판이 접목된 독특한 코미디를 선보였다. 장르영화의 구조와 관습을 약간 비튼 이 영화들은 영화광 출신 감독의 지향을 드러내며 일단의 지지자를 얻는데 성공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때부터 박찬욱 감독은 '생존'과 '복수'에 대한 간절함에 목말라 했을 것이다. '공동경비구역JSA'는 예술가로서의 생존을 위한 작업이었고 '올드보이'는 예술가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한 작업이었다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올드보이'로 박찬욱 감독은 그만이 깊이 간직했을 무언가를 무언가에게 복수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올드보이가 관객을 끌고 가는 힘은 '왜?'이지만 아이러니하게 기본 틀은 생존과 복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10년간 감금되는데, 영화에서는 15년이다. 물론 스토리상 15년은 되어야 한다. 우리도 세계적 거장 가져야 하지만, 혹시 박찬욱 감독의 다른 의도는 없는 걸까? 공교롭게도 박찬욱 감독이 1992년 입문하여 칸을 무너뜨리는데 대략 15년이 걸렸다.

필자가 너무 앞서가는 걸까? 그만은 알 것이다. 15년이라는 세월의 의미를. 이제 우리는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아름다운 복수를 기다려야 한다. 그럼 세 번째 복수는 다음 작품? 단연코 아니다. 준비 중인 '친절한 금자씨(가제)'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로 이어지는 '복수시리즈'의 마지막편이라 한다. 복수시리즈는 다음 작품으로 끝나지만 박찬욱 감독의 아름다운 복수는 계속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세계적인 거장을 가져야 한다. 박찬욱 감독의 아름다운 복수의 마지막편은 그것이 되어야 한다. "미래의 영화인들이여, 박찬욱을 꿈꾸자. 박찬욱의 아름다운 복수를 배우자."

손을 흔드는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의 함께 있는 백인환 교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