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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에서 떨어뜨리고 지하철 가로막고… 장애인들, 국가·서울교통공사 상대 소송 제기
  • 작성자중등특수교육과
  • 작성일시2025/04/14
  • 조회수37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밀양에서 서울로 온 박상호 밀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밀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혜화역에 갔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혜화역을 가득 메운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과 경찰이 지하철을 타지 못하게 가로막은 것이다. 게다가 지하철은 혜화역에 정차하지도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를 막아선 공사 보안관들과 경찰들에게 “집에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 대신 돌아온 것은 동의 없이 휠체어를 들어 올리는 폭력이었다. 그들은 박 소장을 강제로 휠체어째 들어 계단을 올라갔다. 박 소장은 계단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결국 마지막 기차를 놓친 그는 혜화역 근처에서 하룻밤을 노숙해야 했다.

김민석 진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도 비슷한 일을 겪어야 했다. 김 활동가는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조차 탈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공사 보안관들에게 보여주었는데도 ‘집회를 한다’는 이유로 역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김 활동가는 어떠한 피켓을 들고 있지도, 구호가 적힌 옷을 입고 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지하철 탑승을 거부당한 그도 결국 기차를 놓쳐 다음 날 새벽 첫차를 타고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문애린 가치이룸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공사 보안관들과 경찰에 의해 휠체어에서 강제로 분리되기까지 했다. 문 활동가는 사지가 붙잡힌 채 대합실로 끌려 나갔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 팔걸이가 부서지고 공사 보안관들과 경찰의 폭력으로 인해 손목 부상까지 당해 응급실에 가야 했다.

2024년 4월 19일 저녁,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결의대회 이후 귀가하려던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끔찍한 폭력을 겪어야 했다. 피해를 입은 세 명의 장애인들은 1년의 준비 끝에 무자비하게 이동을 가로막은 국가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한다.

- “경찰·공사의 폭력 절대 잊지 않고 법적으로도 투쟁할 것”

25일 오전 9시, 소송 제기를 알리는 ‘2024년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이동권 차별 소송 기자회견’이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문애린 활동가는 “더 이상 서울교통공사와 국가가 폭력을 자행하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한다. 이 소송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장애인이 무시당해도 되는, 폭력을 당해도 되는, 존엄성을 짓밟혀도 되는 사람이 아닌 당당한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니주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의 대독을 통해 박상호 소장은 “어떤 정치인들은 전장연이나 장애인들이 힘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힘이 있는 자가 왜 지하철도 못 타고 휠체어에 탄 채 계단으로 강제로 끌려가야 하는가”라며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가 있다. 이 일을 절대 잊지 않고 법적으로도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대리인인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휠체어는 장애인의 신체 일부이므로 강제력을 사용해서 휠체어와 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인권위의 결정을 지키지 않았다. 또한, 문애린 활동가가 응급 치료를 받는 병원까지 따라왔다가 처치가 끝나자마자 경찰서에 구금했다. 현행범 체포는 범죄 혐의가 상당하고 도주의 우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강제 수사 행위이다. 경찰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상황이었음에도 위법하게 현행범 체포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공사와 경찰이 장애인의 권리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숙지하고 있었다면 장애인의 이동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인의 이동을 도왔어야 마땅하다. 비장애인들이 행사를 끝내고 집에 가기 위해 혜화역으로 왔더라도 공사와 경찰은 공권력으로 비장애인들을 막아섰을지, 무리하게 현행범으로 체포했을지 묻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가 제기하는 차별구제청구소송은 그날의 일만을 다투기 위한 소송이 아니다. 이전부터 이어져 온 공사와 경찰의 이동권 차별 행위의 위법성을 다투고자 하는 것이자,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이동권 제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도 이어질 공권력에 의한 이동권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장애인의 투쟁으로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의미가 거리에서, 지하철 역사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출처: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7692, 2025.03.25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