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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활동

시야 넓히기
  • 작성자김지혜
  • 작성일시2011/11/24
  • 조회수2,384

하늘거리는 튜튜를 입고서 토슈즈를 신은채로 한 가지의 몸짓으로 백 가지의 감성을 표현하는 예술. 아마 우리가 일반적으로 발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짧은 단상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발레를 한다는 것은 아마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았을 로망일 것이다. 김형희씨는 그런 남들의 꿈을 전공으로 삼아 20대 초반의 찬란한 시간을 무대 위에 화려한 조명 아래서 보내게 된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 그녀의 삶은 무대 위에서부터 고스란히 캔버스로 옮겨지게 된다.

캔버스에 담기는 그림들이 처음부터 온화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 그녀의 캔버스를 채우는 색은 거의 초록이나 블루 계통의 색이었다. 그림이 화가 자신의 분신이라 봐도 좋을 만큼 그림과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만큼 그때 당시 그림에 담기는 그녀의 감정은 차가웠고 그녀가 그려내는 세상은 무척이나 메말라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날 갑작스럽게 장애인이 된 그녀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 역시도 그림이었다.

그러던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여자의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두 가지 선물을 선사한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그녀는 그렇게 연인모정이라는 작품을 통해 그녀의 곁을 지키는 남편과 딸을 그리기에 이른다.

유화 물감 냄새와 각종 그림 도구들이 가득한 약 네 평 정도의 화실에서 우리는 장애인표현 예술연대 대표 김형희씨를 만났다.

장애인표현예술연대 김형희 대표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에 그림을 좋아해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장애 극복을 위한 재활의 일환이었죠. 치료 목적에서요. 그런데 그림을 그린 뒤 7, 8년 째 되니까 정말 그림과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처음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서는 많은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장애인이면 아무래도 한 가지 것을 하는데도 많은 제약이 따르죠. 그러다보니 화실을 방문해서 지도를 받는 것 같은 당연한 부분도 하기 힘들었고요. 그래서 독학으로 할 수 밖에 없었고, 독학으로 할 때도 처음에는 그저 무용 잡지를 보고 그걸 따라 그리는 수준으로 시작했어요. 그래도 제가 무용을 전공해서 그런지 대상의 신체나 동작을 표현하는 데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인터넷의 도움도 컸어요. 인터넷의 도움 중 가장 큰 거라면, 인터넷을 통해서 그림 그리는 친구를 만났거든요. 그리고 그 친구가 한 달에 한 번씩 저를 그림 전시장에 데리고 가 주기도 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것저것 많이 보고 느끼게 되었죠.

한국의 프라다 칼로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녀의 그림을 좋아하시나요 

글쎄요. 가끔 언론에서는 저를 한국의 프리다 칼로(Frida Kahlo 교통사고로 인해 얻게 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멕시코의 여성화가) 라고 소개하기도 하는데 저는 칼로의 그림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칼로의 그림에 담긴 감정들을 보노라면 스스로가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기 때문이에요. 저는 제 그림은 그런 그림이길 원하진 않거든요. 저는 제 그림에서 보는 사람이 행복함을 느끼길 바라요. 여러 작품의 그림을 그려오면서도 제가 가장 우선순위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행복함과 아름다움이니까요. , 저는 모딜리아니나 클림트를 좋아해요. 제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요.

그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하셨을 때, 그림에 대해 좀 더 욕심이 나셨을 것 같아요.

캔버스에 그림을 구상 한다는 건 굉장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요구해요. 그래서 좀 더 넓은 곳에 나가 시야를 틔우고, 많은 것을 느껴야 해요. 하지만 제겐 장애라는 한계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 욕구를 마음대로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게 힘들었어요. 생각 같아선 시장도 나가보고 밖에도 나가보고 싶은데, 장애가 그런 것들을 어렵게 만들죠. 그래서 대신 잡지, 책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그리고 인터넷 상에서 디자인도 많이 찾아보고 그걸 어떻게 회화적으로 뽑아볼지 고민도 많이 하면서요. 분명히 힘든 순간은 찾아 와요. 하지만 그 힘든 고개를 넘어가다 보니 그래도 어느 순간 본인 스스로가 성장하는 순간이 찾아 와요. 그 힘든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선 본인 스스로 깨닫고, 다양한 시도도 해 가며 더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수고로움을 보태야겠죠. 어렵긴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제일 좋은 방법 같아요.

현재 대학원에서 미술 심리 교육을 배우시는 데 그럼 혹시 과거 자신의 그림을 봐도 느껴지는 바가 있으신가요  어떤가요 

네. 그 당시에 나를 둘러싼 여러 가지 부분들 때문에 이렇게 색깔이 나올 정도로 많이 힘들었구나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렇게 제 자신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었고, 주변 가족들 역시 많이 힘들기도 했겠지만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행복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작가라면 그런 순간은 인생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마냥 행복 일색일 때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순간들을 그림으로 가감 없이 담았어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가장 솔직해야 되는 게 작가 자신이잖아요  그림이라는 게 가장 솔직한 표현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면서 점차 지금 그리는 작품으로 흘러오면서 상당 부분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걸 느껴요. 저도 느끼고 보는 사람도 그렇게 느낄 거예요.

미술 심리 치료 공부를 하시다 보면, 심리적인 이론이 머리에 박히게 되잖아요. 그러다보면 그림을 맘껏 표현하는 데 있어 제약이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런 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심리적인 이론이 있기 때문에 더욱 풍부해 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무 한 그루도 햇빛만 먹고 자라다가 영양 좋은 비료도 먹어줘야 더 튼튼하게 자랄 수 있잖아요. 무엇보다도 저는 과정을 거꾸로 밟아왔잖아요. 그림을 좋아서 시작한 건 분명 아니었어요. 재활 치료 때문이었죠. 입문 동기가 어찌되었든 지금은 그림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고, 그만큼 스스로 욕심도 생겼고 스스로 실력을 위해서 무엇이 더 필요한지도 알게 되었어요. 그게 바로 공부였고요. 내가 이 그림을 하기 위해 뭔가 더 필요하니까 공부도 하게 되었고, 그로인해서 더 풍부해 질 수 있었어요.

그녀에게 향후 활동 계획을 물으니 빙그레한 미소만 되돌아 왔다. 대학원 공부며 12월에 있을 장애인 표현 예술연대의 첫 전시회 등 빽빽한 일정들로 그녀는 분주해 보였다. 이제껏 두 번의 전시회를 한 그녀는 다음 전시회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미 인생의 또 다른 막에서 열정을 쏟아 붓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자유로워 보였다.

- 김형희 대표님의

[작업실] 장애여성 화가만들기 교육프로그램

"그녀들의 색깔이야기"

마지막 수업시간, 수강생들은 한창 마무리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여성 장애인들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약 9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12월 인사동 갤러리에서 그동안 그려온 작품들을 전시된다.

각기 다른 테마처럼 그녀들이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점도 다양했다.

제가 겪었던 것들을 그림으로 나타내면서 예전 기억이 많이 떠올랐어요. 제 삶을 되돌아보면서 마음을 다독였죠. 그때의 상처가 싸매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김민강(34 /정신장애 2)씨는 이번 테마를 만화 캔디에서 가져왔다. 미완으로 끝난 원작을 그녀 나름대로 풀어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갔다.

이근옥씨(43/지체장애 1)의 그림은 주로 초록색 배경에 여성들을 배치한다. 마치 숲 속의 정령을 보는 듯하다. 그녀는 원래 그림을 그렸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만 두었다고 한다. 그때와 지금 그림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당시에는 갈색 계열의 색을 주로 썼는데, 지금은 밝고 경쾌한 느낌이 좋더라구요. 감정이 변한 것 같아요. 이전에는 많은 것을 그림에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더 좋아요."

신선옥(42, 지체장애 1)씨는 자신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처럼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한다. 캔버스 전체가 화사하고 풍성한 꽃으로 가득하다. 그녀는 그림을 시작하면서 딸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 것 같다며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나중에 제 그림을 넣어 책을 내고 싶어요.”

섬세하게 색을 고르는 이진영(59, 지체장애 1)씨는 두 권의 책을 낸 수필가이기도 하다. 그 중 한권의 표지에는 김형희씨의 그림이 쓰였다. 그녀의 그림에는 나비가 유독 많다. 영화 <아바타>를 재해석한 그림에서도 하얀 나비가 등장한다. 지금은 비록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성의 누드화를 그리는 오미희(52, 지체장애 1)씨의 테마는 장밋빛 인생이다. 붉은 색을 배경으로 여인들은 자유롭게 농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전에 누드 크로키를 그렸다는 그녀의 다음 목표는 이 여인들에게 예쁜 드레스를 입히는 것이다.

책상 한 쪽에는 형희씨의 5살배기 딸이 그린 그림이 놓여있다. 그녀는 출산을 겪으며 우울증을 겪었지만,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아이를 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고스란히 그녀의 화폭에 나타났다. 이제 형희씨 그림 속의 여인들은 모두 부드럽게 눈을 감고 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앞으로의 삶을 충실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들은 작품에 조심스럽게 사인을 새겨 넣었다. 그녀들의 얼굴에서 만족스러움이 엿보였다. 하나 둘씩 완성 된 그림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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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짤리네요;;;;;
http://happylog.naver.com/hubkfdi/post/PostView.nhn?bbsSeq=43699&artclNo=123461474678
에서 원문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